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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 아카이빙 프로젝트

도봉 아키비스트가 기록하는 도봉의 인물과 공간

지역문화 아카이빙은 도봉이 품은 다양한 문화의 가능성과 지역 자원을 주민이 직접 탐색,
기록하고 구성하여 중요한 홍보 자산으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어줘요, 삼촌! -카페 ‘엉클두’ 그리고 ‘Uncle(삼촌)’의 이야기

슈리 |2020-11-16 | 조회 590

  창동역 2번 출구에서 창동초등학교를 지나 도보 15분. 오래된 빨간 벽돌 연립주택들이 있는 골목 사이를 지나 쭉 걷다 보면 COFFEE라고 써진 작은 입간판과 함께 카페 ‘엉클두’가 모습을 드러낸다.


▲카페 엉클두의 모습. 빨간 입간판과 출입문이 빨간 벽돌 건물에 썩 잘 어울린다.

  처음 <엉클두>를 방문했던 건 2012년 겨울. 오래된 주택가, 허름한 식당들뿐이었던 골목에 불쑥 나타난 어딘가 홍대스러운 카페.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그 분위기가 내 눈길을 끌었다. 지금이야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쌍리단길 카페거리 등 예쁜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당시에는 20대가 마음 붙일만한 공간이 딱히 없었다. 근처에 친구가 찾아와도 마땅히 갈만한 곳을 찾지 못했던 내게 엉클두는 든든한 ‘힙 플레이스’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8년. ‘엉클두’에 발을 들인 그 20대는 30대가 되었고, 그 사이 ‘엉클두’는 동네 분위기와 다른 낯선 카페에서 나만의 아지트가 되었다.

  <오래된 동네에 불쑥 나타난 HIP한 카페>

  삼촌에게 내가 ‘엉클두’에 입성한 첫날을 이야기하자 삼촌도 8년 전 카페 ‘엉클두’의 처음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 정확히는 2012년 5월. 회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하던 찰나, 당시 동업하기로 한 동생의 여자친구가 도봉구에 살고 있어서 드나들다 보니 여기에 카페를 오픈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어? 그럼 그 전에는 이 자리에 뭐가 있었는데요?” 
  “원래는 이 자리가 손칼국수 집이었지요. 아마 그 가게도 10년 정도 됐었던 걸로 아는데 그 가게를 인수 받아서 내가 이렇게 카페로 바꿨어요. 참고로 여기 인테리어 하나 하나 다 내 손을 안 거친 곳이 없습니다.”


▲오래된 칼국수집은 건축 전공 사장님의 손을 거쳐 고급스러운 카페로 변신했다.

  어쩐지... 예전부터 카페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삼촌의 원래 전공이 건축이란다. 카페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커피에 대한 관심보다, 전공을 살려 인테리어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8년 전 처음 ‘엉클두’를 발견했을 때 독특한 인테리어에 반해서 들어왔다고 하자 굉장히 쑥스러워하셨다. 오픈한 이후로도 끊임없이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면서 더 다양한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그러고 보니 그 때는 캐주얼하고 유니크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이다. 몇 년 전까지는 카페 정면에 한글로 크게 엉클두라고 써져있던 간판도 오늘 보니 작은 사이드 간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그 작은 간판에 불빛이 들어오는데, 덕분에 예전보다 더 멀리서 엉클두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다.


▲저녁 시간이면 카페 엉클두의 작은 간판에 환한 불빛이 들어온다.

  변화를 위한 삼촌의 노력은 공간 인테리어에만 그치지 않았다. 원래 커피와 음료만 있던 ‘엉클두’에 언젠가부터 달콤한 디저트 메뉴들이 하나, 둘 등장했다. 
    
  “항상 손님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 지 살펴봐요. 트렌드를 주시하고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 베이커리가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아내가 원래 결혼 전에도 취미로 베이킹을 좀 했었거든요. 지금 디저트는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기고 있어요.”
 

▲엉클두에는 매일 다른 종류의 디저트가 쇼케이스에 등장한다. 

  8년 전 ‘엉클두’ 첫 방문 당시 먹었던 크림소다가 생각이 났다. ‘창동에 크림소다를 파는 카페가 있다니!’하고 놀랐었는데 삼촌의 이야기를 들으니 절로 수긍되었다. 음료부터 스콘, 케이크, 마카롱 등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엉클두’의 메뉴는 늘 진화하고 있었다.  


  <은은한 커피향처럼... 8년 세월의 흐름동안 자연스레 창동에 스며들다.>

  “8년 동안 카페가 조금씩 변화를 겪듯이 나 또한 변화를 겪었죠. 일단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는 총각이었는데 이제는 가족이 생겼다는 거. 가족이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손님들과 계속 관계를 맺으면서 이제는 가족들 안부를 주거니 받거니 하기도 하고, 서로 이야깃거리가 점점 많아지는게... 이렇게 내가 창동 주민이 되어가고 있구나. 계속 타지 생활을 하던 내가 이제는 여기에 뿌리내리고 있구나. 그렇게 느껴져요. 창동이 제 2의 고향 같달까요.”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중년의 가족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카페에 들어와 커피를 시키며 삼촌에게 ‘아이는 이제 몇 살 됐냐’며 자연스레 안부를 물어보셨다. 6살 유치원생이라고 하자 벌써 그렇게 컸냐며 깜짝 놀라는 손님, 그리고 “제가 나이 먹는 걸 느낍니다.”라고 너스레떠는 삼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동네 주민과 자연스레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엉클두’가 얼마나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카페인지가 느껴졌다.
 
  “손님들이 변화하는 걸 보면 재밌어요. 중학생이었던 친구가 시간이 흘러 ‘삼촌! 저 취업했어요!’ 하면서 찾아오고, 미혼이었던 손님이 어느새 결혼해서 아기도 낳고 ‘저 애기 낳았어요~’ 하고 찾아오고. 손님들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서 고마워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잊지 않고 이 곳을 찾아와 주는 손님들에게 고맙구요.”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엉클두’는 어떤 카페이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제가 처음 카페를 오픈할 때 생각한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동네 사람들이 ‘커피하면 엉클두지!’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카페가 되자. 두 번째, 멀리서 손님이 왔을 때 대접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 마지막으로 세월이 흘러 창동에 찾아온 손님이 ‘그래, 여기 엉클두가 있었지. 앗! 혹시 지금도 있나?’ 그렇게 혹시 하는 마음으로 찾아왔을 때, 아직도 이 자리에서 여전히 내가 지키고 있는 카페가 되자.” 

  삼촌에게 이 세 가지 중 이미 1번과 2번은 이루신 것 같으니 마지막 3번도 꼭 지켜달라고, 나 또한 결혼하고 애기 낳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도 훗날 내 아이를 데리고 ‘엉클두’에 와서 “삼촌! 저 왔어요!” 할 수 있게 이 자리에 오래 오래 남아달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삼촌과의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엉클두’는 쿠폰도 남다르다. 사장님 얼굴과 똑같은 모양의 도장을 찍는 재미에 나도 모르게 빠져 들어간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점심 식사를 끝내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찾으러 수많은 손님들이 카페를 찾아왔다. 조용히 구석 자리에서 책을 보는 여성분, 수다 삼매경인 어머님들, 예쁜 잔에 든 커피를 들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 어린 친구들까지. 연령대도 성별도 다양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손님들 모두 ‘엉클두’를 여러 번 와본 듯 익숙해했다는 것. 2012년 나만의 아지트라고 생각했던 이 공간은 8년의 세월 동안 어느새 더 많은 이들의 아지트가 되어 그렇게 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장소로 우리에게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었다. 

<기록 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