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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 아카이빙 프로젝트

도봉 아키비스트가 기록하는 도봉의 인물과 공간

지역문화 아카이빙은 도봉이 품은 다양한 문화의 가능성과 지역 자원을 주민이 직접 탐색,
기록하고 구성하여 중요한 홍보 자산으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쌍문동 작은 서점 '쓸모의 발견'

심호정 |2020-11-16 | 조회 804

  요즘에는 컨셉을 가진 독립서점이 곳곳에 많이 있다. 얼마 전 집 근처에서 작은 독립서점을 발견했다. 서점이라고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같이 대형서점만 다녀본 나로서는 매우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몇 번 방문을 해보고 독립서점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 후 도봉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서점들을 발견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졌다. 나는 지인으로부터 덕성여대 근처에 ‘쓸모의 발견’ 이라는 특별한 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을 직접 방문해 인터뷰해 보기로 했다. 

  ‘쓸모의 발견’은 덕성여대 후문 주택가에 위치한 1.5평의 정말 작은 서점이다. 과연 이 작은 서점에서는 어떤 주인분이 어떤 책들을 팔고 있을까 하고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 길 내내 나를 궁금하게 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서점으로 가는 길은 고요하고 잘 정돈된 풍경으로 마음이 편안했다. 깨끗한 길가와 선명하게 물든 단풍과 은행나무들이 어우러져 외국의 아름다운 마을을 방문한 느낌을 들게 했다. 
  덕성여대 후문에서 맞은편, 길 건너 주택가로 들어가면 약초원 쉼터 슈퍼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 쭉 길을 따라 들어가면 바로 왼편에서 문을 활짝 연 ‘쓸모의 발견’ 서점이 자리하고 있다. 서점은 생각보다 이 구역에서 가장 눈에 띄고 찾기 쉬웠다. 
  서점을 처음 발견하자마자 본 모습은 동네 주민분과 즐겁게 대화하고 계시는 주인분이었다. 엄마를 따라온 꼬맹이들은 서점을 불편해하지 않고 마치 놀이터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나는 생각보다 딱딱한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편안하게 서점으로 들어섰다.
 


  외부는 빨간 벽돌로 되어있고 문 옆에는 작은 고양이 목각인형이 배치되어 있다. 그 옆에는 나무판자에 ‘쓸모의 발견’이라고 작게 이름이 새겨져 있다. 서점 주위에 다른 상점이 없기 때문에 이 골목에서는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내부는 꽃무늬 커튼으로 장식돼 있고 따뜻한 조명이 투영돼 신비롭게 보였다. 
 
  Q . 서점은 언제 개업하셨나요?
 
  A . 2018년 11월 22일에 개업했다. 그날이 절기상으로 소설(小雪)이다. 가게는 11월쯤 준비가 끝났는데, 언제 문을 열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소설(小說)을 파는 서점이니까 다가오는 소설(小雪)에 개업을 하자 해 일부러 맞췄다. 말장난인 거다.
 
  Q . 서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작은 공간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 1963년에 지어진 집을 샀는데 외부에 매우 작은 창고가 있었다. 나는 이곳을 창고로 두기보다 좀 더 가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사용하고 싶었다. 연남동에 갔더니 주차장을 개조해 가게를 하는 곳이 있었다. 나도 그곳처럼 창고를 개조한 가게를 내보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내가 가진 작은 소품들과 찻잔을 파는 소품샵을 할까 했지만, 차도 마실 수 있고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는 작은 서점을 운영해보기로 방향을 조금 전환해봤다. 
 
  Q . 도봉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죠?
 
  A . 저렴한 부동산도 있지만 동네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집을 여기저기 보러 다녔는데 이곳이 유일하게 어떻게 오셨냐며 주민분이 먼저 말을 걸어 주셨다. 그때 친근하고 반갑게 맞아주시던 모습 때문에 이곳이라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을 들게 했다. 그리고 마을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어떤 곳은 개발이 안 돼서 집이 가꾸기 어려운 상태로 방치된 폐허 같은 동네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곳의 오래된 집들은 관리 된 듯 모두 깔끔했고, 골목 하나하나가 말끔해 내 마음을 끌었다. 



  Q . 서재보다는 부엌을 연상하게 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처음 인테리어 했을 때 사장님의 아이디어가 들어갔나요?
 
  A . 건축설계사와 상의하며 직접 인테리어를 계획했다. 창문 위치도 내가 정했다. 싱크대는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오시는 손님들에게 대접해드릴 때 필요할 것 같아 놓게 됐다. 그 외에 가구들은 내가 만들었다. 직접 나무를 주문하여 잘라 사포질을 하고 기름을 먹여서 책을 진열할 찬넬선반과 작은 책상을 만들어 넣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개인 소장품이다. 동네 어린이들이 엄마 따라 놀러 오면 구석에 있는 작은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다가 널브러뜨려서 위치가 자주 바뀌곤 한다. (웃음) 공간도 작고 소품들도 작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Q . ‘쓸모의 발견’ 이라는 서점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 해주실 수 있나요?
 
  A . 요즘은 사람들이 소설이나 문학이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꼭 실용서적만이 쓸모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소설을 통해서 세상을 경험하고 동기부여를 얻는다. 소설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경험들이 삶 속에서 커다란 희망이 될 수 있고 배움이 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소설 속에서도 자신만의 쓸모를 발견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미 이 공간 자체가 쓸모의 발견이다. 그냥 창고로 둘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서점으로써의 더 가치 있는 쓸모를 발견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Q . SNS에 가끔 책 소개하는 게시물들을 올리시잖아요. 흥미로운 책들이 많은데 입고되는 서적의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A . 아무래도 작은 공간이기 때문에 책을 고르지 않으면 안 된다. 책은 제목, 작가, 설명을 보고 고른다. 책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가의 관점이다. 편중되지 않은 시선을 가진 작가가 쓰는 글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 창의적인 소설 또한 많이 들여오고 한 문화권 안에 살아온 작가가 아니라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여 독자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책들도 자주 선택하는 편이다. 
 
  Q . 서점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  아무래도 공간이 좁아서 여러 명의 손님들이 함께 들어오실 수 없다. 어느 날은 오래 머무르시는 손님이 계셨다. 나는 그 손님을 응대하느라 밖에 다른 손님이 오신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밖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리셨다는 거다.    그날이 처음 우리 서점에 찾아오신 날이고 그 뒤로도 종종 책방에 오시는데 내가 추천해드리는 모든 책이 지금까지 거절당했다. 그래서 오실 때마다 이번에 추천해드리는 책은 성공해야 할 텐데 하고 긴장한다. 또 기억에 남는 손님은 내가 금요일의 손님이라고 부르는 분이다. 항상 금요일에만 들렀다 가시는 데 뵐 때마다 재미있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손님이시다.

  Q . 서점에 들어오면서 문 앞에 가로주택정비사업 반대라고 쓰인 것을 봤다. 동네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그리고 왜 반대하시는 건가요?
 
  (참고) 가로주택정비사업이란?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노후주택을 소규모로 정비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말한다. 사업 시행이 빠르게 진행돼 많은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에 오래 사신 분들은 자신의 동네를 잘 가꾸는 분들이다. 낙엽을 쓸고 닦고 화분을 내놓고 길에 누가 버린 쓰레기는 꼭 주우시고 그렇게 신경 쓰시는 분들이 요즘 기운이 없으시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 낡은 빌라가 있는데 그 자리에 127세대 7층짜리 건물이 들어온단다. 재건축하려다 골목까지 엮어 가로주택 사업을 하겠다며 설명회까지 열렸다. LH주택공사나 국가에서 진행하는 거라고 말했지만 사실관계 확인이 아직 확실치 않다. 그래서 대부분 주민분들이 반신반의하신다. 하지만 낡은 집을 고쳤으면 하는 분들도 있어 선뜻 확고한 의견을 내는 분들은 많지 않다. 
 


  나는 이 사업에 반대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이 동네만의 매력적인 공간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동네의 집들이 지어진 지 오래돼 낡았지만 꽤 관리가 잘 되어있다. 내가 이곳에 집을 마련하게 된 이유도 오래된 집의 빈티지한 매력 때문이었다. 
  나는 63년에 지어진 우리 집을 최대한 세월의 흔적을 살려 리모델링하고 정성 들여 가꾸었다. (서점 안에 붉은 벽돌벽을 가리키며) 이 벽도 세월의 흔적이다. 나는 이 붉은 벽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남기고 싶었다. (가게로 들어가면 정면에 가장 넓은 벽면이 붉은 벽돌이다. 집의 외벽이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깨지고 긁히고 한 것이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다. 나는 이 집에 애정을 갖고 있어서 노후화된 지역을 새로 정비하고 신축아파트를 짓겠다는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종종 이런 문제로 대화가 열리면 동네 주민들에게 ‘이게 삶의 질을 정말 높일까요? 주거의 질이 정말 좋아질까요?’라고 묻곤 한다. 최근에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질문이다. 
 
  동네가 유지되는 걸 바라고 오래된 기억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던 이야기는 아이에 관련된 얘기였다. “아이가 자라고 아이들이 이 동네에 살고 가난한 집에서 사는 애라고 놀림 받는 게 싫어 빨간 티를 입히고, 운동화도 하얀색으로 깔끔하게 하고 다니게 했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많이 쓰인다. 다 낡은 집과 동네 구석구석에 추억이 녹아있고 이곳에 오래 사신 주민들의 기억 속에 이 마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일구어온 동네에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얘기를 듣고 나면 더 지키고 싶다. 

<기록 심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