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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 아카이빙 프로젝트

도봉 아키비스트가 기록하는 도봉의 인물과 공간

지역문화 아카이빙은 도봉이 품은 다양한 문화의 가능성과 지역 자원을 주민이 직접 탐색,
기록하고 구성하여 중요한 홍보 자산으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젊은 곳간 신창시장에서 경험하는 즐거운 장보기

슈리 |2020-12-09 | 조회 680

 

  부쩍 추워진 날씨, 10개월이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여러 가지 이유로 자주 하던 외식도 멈추고 집밥과 함께 집콕 생활이 이어지는 요즘이다.
  텅텅 비어버린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신창시장으로 향했다. 

  사실 시장이 익숙한 나이는 아니다. 이미 어릴 때부터 대형 마트에서 카트를 끌며 장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웠기에 시장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만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젊은 사람이 시장에 가면 오히려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팔고, 바가지를 씌운다는 카더라를 듣고 오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신창시장은 그런 나의 오해와 편견들을 깬 곳이다. 이곳 근처로 이사를 온 이후에는 대형 마트에 방문한 날이 가물가물하다. 

<2030도 자주 찾는 젊은 시장>

▲ 신창시장 입구

  시장 입구 커다란 전광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활기찬 시장 상인들과 손님의  모습이 영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해마다 열리는 전통시장 축제 때의 영상으로 짐작된다. 축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1년에 한 번 열리는데, 각종 할인 행사와 다채로운 공연, 어린이 손님을 위한 이벤트 등이 진행된다. 축제 기간에는 정말 발 디딜 틈이 없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축제도 조금 간소화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3만원 이상 장을 보면 5천원 시장 쿠폰을 주는 이벤트가 진행되어 인터넷 지역 카페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다. 신창시장이 젋은이들에게도 핫플레이스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다,

<본격 장보기 스타트>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에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평일 저녁 시장의 모습.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일부러 평일에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집에 눈이 간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 매번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지.’


▲ 내 인생 맛집 중 하나. 시장에 가면 이 곳을 꼭 빼놓지 않고 간다. 

  “왕만두 고기 반, 김치 반이요!”
  마음 같아서는 수제 고로케도 꽈배기도 다 쓸어가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참았다. 만두만큼이나 인기가 많은 이 집 찹쌀 꽈배기. 5개가 단돈 2천원이라니... 애써 해온 다이어트를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유혹적인 가격과 맛이다.

  출출한 허기를 달랠 간식을 샀으니 이번에는 반찬거리를 사러 좀 더 시장 깊숙이 들어가 본다.


▲ ‘게 섯거라!! 밥도둑~’ 센스있는 문구가 발길을 붙잡는다. 

  ‘밥도둑’이라고 써 붙인 문구가 재밌어서 가게 앞에 멈춰섰다. 

  “사장님! 양념게장은 얼마부터 살 수 있어요?”
  “2만원해도 되고 만원어치만 달라고 하면 그만큼도 주고~”

  혼자 자취하는 터라 그럼 만원어치만 달라고 했다. 새 비닐장갑을 끼고 집게로 정성스레 담아주시는 모습이 청결해 보였다. 1인 가구의 부담도, 위생에 대한 걱정도 내려놓을 수 있어 안심이 되었다. 게장을 담아주시는 동안 다른 반찬들을 구경하다가 결국 간장새우를 추가로 주문했다.

  “새우 한 마리 서비스로 더 넣어줬어요!”
  “앗, 저 카드결제인데 괜찮은가요?”
  “아유 우리는 그런 거 상관 없어요~”

  내가 신창시장에서 처음 장을 보았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이 이거다. 거의 모든 상점에서 카드 결제가 된다는 것! 보통 시장하면 카드를 내미는 순간 인상을 찌푸리거나 현금을 강요한다는 생각에 카드가 익숙한 젊은층은 시장가는 게 두렵고 꺼려진다. 하지만 여기 상인분들은 카드를 받아도 눈살 한번 찌푸리지 않는다. 카드 결제인데 덤까지 받아도 되는건가 지레 눈치가 보였는데, 반찬가게 사장님께서 소탈하게 웃으시는 모습에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카드 뿐만 아니라 큐알 결제도 가능한 스마트 시장>

  그러고보니 상점마다 ‘카드 환영’ 외에도 ‘큐알 코드’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서울시 지역 화폐인 ‘제로 페이’를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해두었다. 


▲ 가게 입구마다 붙어있는 ‘제로 페이 큐알 코드’

  처음에는 만두집에서 발견하고 “여긴 이런 것도 하네” 했는데, 이후 방문한 다른 반찬 가게도 과일 가게도 족발집도 모두 이 큐알 코드가 가게 입구에 잘 보이게 붙어 있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안성맞춤인 결제 시스템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젊은 곳간’이라는 홍보 슬로건처럼 정말 젊은 시장이라는 생각에 이 곳이 더 좋아졌다. 

<전통과 젊음이 공존하는 리얼 뉴트로 공간>

  신창시장의 젊은 활기는 젊은 손님층에게도 있지만, 젊은 상인들에게서도 느껴진다. 특히 정육점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님들의 에너지는 처음 방문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을 만큼 강렬했다.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정육점의 모습

  붉은 후드 유니폼을 입은 20대 혹은 3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사장님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불고기 6900원!”을 외치며 호객 행위를 하니 순식간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젊은 사장님 특유의 싹싹함에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나도 이 날 홀린 듯 고추장 불고기 한근을 단돈 5400원에 담아 왔다.

  젊은 사장님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상품들도 여럿 진열되어 눈길을 끈다.


▲ 과일 가게에 요즘 유행인 ‘샤인 머스캣’이 등장했다. 
  
  과일 가게에 늘 흔하게 있던 사과, 단감, 배 옆으로 요즘 핫한 샤인 머스캣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대형 마트에서나 보던 이 신종 과일을 시장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심지어 마트보다 기본 5천원은 더 저렴한 탓에 냉큼 하나를 집어 들었다. 덕분에 장바구니가 아주 묵직해졌다. 

  양 손 가득 무겁게 장바구니를 든 모습을 보고 한 상인 분이 배달 서비스 이야기를 하신다. 올해 4월 시장 배달 앱 ‘놀장’이 출시되었단다. 무슨 뜻일까 찾아보니 ‘놀러와요, 시장’의 줄임말이다. 배달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시장과 더 가까워질 기회가 하나 더 생겼다. 날이 더 추워지면 나도 한번 이용해봐야겠다. 

  이날 잔뜩 장을 보고도 카드 결제 내역은 4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아마 대형 마트였다면 배는 더 나왔을거다. 맛있는 음식, 저렴한 가격, 푸짐한 인심과 활기. 무엇보다도 젊은 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상품들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다양한 서비스들. 혁신적이면서도 친숙한 진정한 뉴트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내가 매주 신창시장을 방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텅 빈 냉장고를 채워 넣으며 일주일 뒤 다시 신창시장에 장보러 가는 날을 기다려본다.  



<기록 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