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아카이빙 프로젝트
도봉 아키비스트가 기록하는 도봉의 인물과 공간
지역문화 아카이빙은 도봉이 품은 다양한 문화의 가능성과 지역 자원을 주민이 직접 탐색,
기록하고 구성하여 중요한 홍보 자산으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기록하고 구성하여 중요한 홍보 자산으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도봉구 자취생의 공원 탐방기
심호정 |2020-12-09 | 조회 592
도봉구에 산 지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되어간다. 이제는 고향만큼 애틋함이 느껴지는 나의 두 번째 고향 도봉구 쌍문동이다. 대학 진학으로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오게 된 나는, 처음 발들인 도심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도심의 중심에 있는 학교와는 거리가 있는 곳으로 보금자리를 잡고 싶었다.
자취방을 알아볼 때 나에게는 정해놓은 조건이 있었다. 첫 번째 부동산이 저렴한 곳, 두 번째 소음이 없는 곳, 세 번째 정겨운 분위기, 네 번째 자연과 어우러진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서울의 외곽으로 오게 되었고, 그렇게 도봉구 쌍문동을 찾게 됐다. 쌍문동은 내가 생각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쌍문동에 살면서 가장 만족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근처에 공원이 많다는 것이다. 자연과 어우러져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공원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초안산 근린공원’으로 향한다. ‘초안산 근린공원’은 창동에 속해있지만, 쌍문동에서도 금방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있다. 내가 사는 근방에서 근린공원으로 가려면 쌍문역의 2번 출구에서 창동시장을 거쳐 가야 한다. 종종 이곳으로 운동을 하러 가는데 공원으로 향하는 길이 언제나 지루할 틈이 없다. 그 이유는 바로 근린공원으로 향하는 길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한 ‘쌍리단 길’이기 때문이다. 가는 동안 곳곳의 예쁜 카페들과 아기자기한 소품샵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북적북적한 쌍리단 길을 지나 공원 입구에 다다르면 반려견 놀이터 표지판이 보인다. 공원 내에는 반려견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이곳에 오면 항상 귀여운 반려동물들을 마주칠 수 있다. 또한 축구장, 농구장과 테니스장이 있어서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언제나 이곳을 채우고 있는 이들은 중고등 학생들이다.
저녁 무렵이 되면 운동을 위해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도 사람들 사이에 껴서 함께 운동장을 뛰거나 운동기구를 한다. 비록 지금은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원한 공기가 정신을 맑아지게 한다.
운동은 하루 일상의 마무리와 같은 의식이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아쉽게도 공원의 시설 대부분이 막혀있다. 텅텅 빈 운동장이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어서 빨리 활기로 가득 찬 공원이 되돌아오길 기다린다.
운동에는 제약이 있어도 공원에 찾아온 계절의 정취를 감상하기에는 제약이 없다. 첫 번째 코스인 근린공원운동장을 지나면 ‘들꽃향기원’이 있다.
원래 이곳은 무허가건물들과 불법쓰레기들로 지역의 경관을 해치던 곳이었다고 한다. 공원으로 재탄생된 결과 봄이나 여름에는 푸릇푸릇 피어난 들꽃들 사이에서 도심 속 자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가끔 복잡한 고민이 있을 때는 향기원 벤치에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들르는 이곳은 ‘초안산 생태공원’이다. 이곳은 골프연습장이 될 뻔한 곳인데 10년이란 시간 동안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공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원 내부에 우직하게 자리한 커다란 암반이다. 암반을 둘러 작은 연못이 조성되어 있는데 겨울이라 바짝 말라 있다. 봄여름에는 야생화들이 곳곳에 피어 있고 장미원에는 각양각색의 장미들이 핀다. 비가 오면 그 경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청초하다.
가끔 이곳에서는 공연하거나 영화 상영을 한다. 그때에는 작은 축제마당이 된다. 언제쯤 다시 활성화된 공원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루 빨리 마스크를 벗고 피톤치드를 마시며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요즘은 숲과 역세권의 합성어로 ‘숲세권’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숲이나 산이 인접해 있어 자연 친화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주거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서울에 살면서 처음 들어본 말이다.
나는 태어나서 19년을 강원도 홍천이란 지역에서 살았고, 언제나 어디를 가든지 산과 강이 볼 수 있었다. 오히려 자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서울에 오고 보니 자연이 간절해졌다.
높은 건물들과 언제나 꽉꽉 사람들로 낑겨서 타는 지하철은 나에게 자연을 갈구하게 했다. 비록 도시의 중심과는 조금 멀지만, 자연이 제공되는 도봉구는 나에게 힐링의 공간이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아도 나의 본고장 홍천과 닮아있기에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언젠가 도봉구 쌍문동을 떠나야 할 때가 와도 이곳은 언제나 나의 제2 고향으로서 남을 것 같다.
<기록 심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