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아카이빙 프로젝트
도봉 아키비스트가 기록하는 도봉의 인물과 공간
지역문화 아카이빙은 도봉이 품은 다양한 문화의 가능성과 지역 자원을 주민이 직접 탐색,
기록하고 구성하여 중요한 홍보 자산으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기록하고 구성하여 중요한 홍보 자산으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주민들이 사랑하는 산책로 -우이천의 사계절을 기록하다.
슈리 |2020-11-26 | 조회 677
주말 저녁, 저녁밥을 먹고 부른 배를 꺼트릴 겸 가벼운 옷차림으로 우이천 산책로로 향한다. 창동과 쌍문동에 사는 주민이라면 자주 지나는 작은 하천 길. 빙하 타고 내려온 아기공룡 둘리가 처음 발견되었다는 만화 속 그 장소. 우이천은 창동으로 이사 온 이후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이다.
▲ 한적한 우이천의 모습
졸졸 흐르는 하천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고 곳곳에 운동 기구들이 놓여 있어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쉴 수 있는 공간, 우이천의 기록을 남겨본다.
<우이천의 봄>
우이천 벚꽃은 도봉구 주민들에게 이미 유명하다. 4월 초, 마을버스를 타고 우이천 옆을 지날 때면 흐드러진 벚꽃에 취해 무거운 출근길도 잠시 설레는 마법에 걸린다.
▲ 우이천 벚꽃길의 모습. 올해 벚꽃은 유독 더 풍성했다.
이 길은 2011년 서울 봄 꽃길 100선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고 한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예쁜 꽃길이 있다는 게 괜스레 자랑스럽다.
매해 열리는 우이천 벚꽃 축제를 기다렸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전면 취소되었다. 벚꽃 축제 뿐만 아니다. 작년 5월 개최되어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던 등축제도 올해는 없어진 모양이다.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축제가 없다고 벚꽃 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오며 가며 벚꽃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한해였다.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지만 벚꽃 나무 앞에서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는 다른 이들도 모두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 주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벚꽃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우이천의 여름>
올해 여름은 우이천을 방문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았다. 이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여파였을 것이다. 실내 활동을 기피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야외로 나갔다. 시원한 내천과 나무 그늘이 있는 우이천은 그런 야외 활동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나 또한 주말 저녁 친구와 함께 맥주 한 캔을 손에 들고 징검다리 앞 돌계단에 자리를 잡곤 했다. 돌계단에는 이미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온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계단에 신발을 고이 벗어 놓고 맨발로 시냇물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는 꼬마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이 듣기 좋다. 유난히 집콕이 많아 우울했던 올해, 아이들의 물장구 소리와 웃음소리는 큰 위로가 되었다.
▲우이천 징검다리 앞 돌계단에는 저녁이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곳이지.’
시원한 바람, 그보다 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졸졸 흐르는 우이천 시냇물에 내 고민을 실어 보낸다.
<우이천의 가을>
가을은 유독 짧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예쁘게 단풍이 드나보다 했는데 며칠 전 우르르 내린 비에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았다. 알록달록한 꽃과 나무가 자취를 감추어도, 우이천에는 다른 볼거리가 많아 아쉽지만은 않다. 그 중에서도 둘리 벽화길은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어른에게는 추억을 선사하는 곳이다.
▲ 둘리 벽화의 모습. 만화 속 명장면이 그려져 있다.
소개 표지판을 통해 만화 속 둘리가 처음 발견된 하천이 우이천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정말 신기했다. 만화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연결되어있는 느낌이랄까. 둘리와 그 친구들의 익살스런 모습이 그려진 벽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 본 ‘아기공룡 둘리’를 떠올려 본다.
▲ 둘리와 친구들이 우이천을 바라보고 있다.
<우이천의 겨울>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패딩을 껴입은 사람들처럼 우이천 나무들도 털실 옷을 입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벚꽃나무 그래피티 니팅
‘누가 이렇게 예쁘게 나무에 옷을 입혔을까?’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양말거리 조성 및 벚꽃나무 그래피티 니팅’이라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창2동 주민자치회에서 자발적 참여로 진행한 벚꽃나무 옷 입히기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그냥 털실 옷을 입은 게 아니라 털실로 벚꽃을 만들어 잔뜩 달아놨다. 봄 벚꽃은 너무 짧아 늘 아쉬웠는데 덕분에 올해는 겨울에도 아름다운 벚꽃을 볼 수 있게 됐다.
▲ 그래피티 니팅에는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힐링 산책로>
올해는 유례없는 감염병으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변한 해였다. 소규모 가게들이 문을 닫아 없어지고, 우리를 즐겁게 하던 행사와 축제들이 없어지고, 얼굴의 반이 마스크로 가려져 없어지고... 하지만 우이천 산책로는 늘 그 자리에 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도, 평상에서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도,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들도 모두 우이천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힐링 타임을 즐기고 있다.
<기록 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