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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 아카이빙 프로젝트

도봉 아키비스트가 기록하는 도봉의 인물과 공간

지역문화 아카이빙은 도봉이 품은 다양한 문화의 가능성과 지역 자원을 주민이 직접 탐색,
기록하고 구성하여 중요한 홍보 자산으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도봉구의 새로운 예술아지트가 되길 바라!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심호정 |2020-11-26 | 조회 584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나는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때마침 내가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서울에 사는 친척언니가 나를 삼청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데리고 간적이 있었다. 삼청동은 옛것과 신문물이 세련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었다. 그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매우 큰 미술관의 외관은 아름다웠으며 나에게 놀라움을 가져다주었다. 청소년은 무료관람이 가능했고, 성인 역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질 좋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나의 주말 아지트는 미술관이 되었다. 
  하지만 서울의 끝자락인 도봉구에 사는 나에게 안국역은 먼 곳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가량 나가야 하는 일정은 생각보다 지치는 여정이었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서 전시를 볼 순 없을까?' 하고 도봉구에 있는 미술관을 알아보다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를 찾게 됐다.

   ‘미술관’이 아니고 ‘레지던시’라는 낯선 명칭 때문에 처음엔 방문을 망설였다. 과연 일반인이 방문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고민하다가 작년에 처음 그곳을 방문했다.
  망설였던 날들이 무색하게 그곳에선 전시가 진행됐었고, 전시가 막 끝난 시점이었다. 아쉬움에 발걸음을 돌리던 차에 관계자분이 내게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어떻게 오게 된 것이냐는 물음에 나는 이곳이 미술관이 아니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미술관 맞아요.”
  그 분은 그렇게 대답해주시며 창동레지던시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여긴 국립현대 미술관과 연계된 곳이에요. 지금은 입주 작가들의 전시가 끝나서, 다음 시즌에 찾아오셔야 할 것 같아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그분은 내게 국립현대미술관 입장티켓 까지 건네주셨다. 나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의 첫 만남이었다. 우리 동네에도 미술관이 있었다!



  창동레지던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2002년 개관하였으며 9개의 작업실과 프로젝트 팀2실, 2개의 전시실, 야외작업장과 아티스트 숙박 공간, 주방, 커뮤니티 실까지 갖추고 있다. 국제 교환 입주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유수 문화예술기관들과 파트너 십을 통해 작가의 상호교환입주기회를 제공하여 외국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전시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새로운 전시 시작 소식을 듣자마자 창동레지던시를 방문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입주보고서2020』라는 제목으로 전시가 진행 중 이었다. 참여 작가는 국동완, 배인숙, 빠키 이렇게 총 세 분이었다.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하여 이번에는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지 모두 한국 작가 분들이셨다.


<하루의 진동>2020 배인숙
 
  첫 번째로 마주한 작품은 배인숙 작가님의 <하루의 진동>이라는 설치미술 작품이었다. 바둑판같이 나열된 네모난 기계장치들 중 한곳에서 계속 추가 빠르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아무도 그 소리가 그 수많은 기계장치 중 어느 한 곳에서 나는지 확인 할 수는 없다. 분명히 기계에서 나는 소리인데 눈을 감고 들어 보면 마치 파도의 소리와도 비슷했다. 기계음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지만 이상하게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순환적 리듬 규칙>,<불완전한 충의 형상>외 2020 빠키

  두 번째 전시는 빠키 작가의 그래픽 페인팅들이다.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구조화 되어있는 그림들이다.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분위기와 강렬한 색감이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나는 셋 아니 넷 아니 다섯>2020 국동완

  세 번째 작품은 국동완 작가의 <나는 셋 아니 넷 아니 다섯> 연작이다. 태아의 실제크기 대로 그린 형태에 작가의 무의식을 채워 넣은 그림이다. 무의식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작품은 그로테스크하면서 신비로운 느낌을 풍겼다.

  전시 관람을 통해 한국에도 개성 있는 현대미술 작가 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들의 작품들을 직접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내가 사는 도봉구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아쉬운 것이 있었다. 나는 전시 첫 날 방문을 했는데 관계자분들을 제외하고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동네 가까운 곳에 좋은 전시가 있는데도, 구민들에게는 전혀 홍보가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도봉구 기초의원이신 박진식의원님께서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가 미술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민들과 소통과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전 의견을 내놓으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참고:「지역 환경 고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 이전 필요」 강북신문)
  ‘도봉’, ‘창동’이라는 지역과 동떨어져 있는 미술관의 방향을 보시고 내놓은 의견 같았다. 직접 공간을 방문한 내가 느끼기에도 그랬다. 처음 미술관을 찾아왔을 당시에도 이런 곳에 미술관이 위치했다는 것이 의외였다. 미술관의 위치도 노인 분들이 많은 지역이었고, 미술관을 찾는 이들도 없었다. 
  하지만 미술관이 사라진다면 아쉬움이 클 것 같다. 나는 미술관의 이전보다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수를 늘려서 미술관과 주민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동레지던시는 프로그램으로 젊은 층을 도봉구로 끌어들이고 노인들에게도 예술문화의 체험을 제공했으면 한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늘어날 때 더욱 발전하는 예술아지트 도봉이 되지 않을까싶다.

<기록 심호정>